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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은것2008/09/03 02:36
내가 사는 함양에는 상림이라는 숲이 있다. 그 사진을 올려보려고 한다. 사실 7월 말에 찍은 사진이라 조금 철이 지나긴 했지만 블로그에 포스팅한지 너무 오래 되서 그냥 올린다.

왜 하필 7월일까? 숲이 우거지니까? 햇빛이 좋아서? 아니다. 이유는 마침 그때 휴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상림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연꽃 축제가 있다. 7월의 상림에 가보면 아주 넓은 연못에 가득 핀 연꽃을 볼 수 있다. 사실 축제 자체는 아직 다른 곳에 비해서 서툰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러다 하더라도 충분히 사진에 담을 만한 곳이다. 더 잘 담아올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내가 좀 한심스럽긴 하다.

우선은 넓은 사진을 하나 올려 본다. 사실 아무리 잘 봐주려고 노력해도 잘찍은 사진은 아니다. 단지 굉장히 넓은 연꽃 군락지를 보여줄려는데 잘 찍은 사진이 없어서 올렸을 뿐.
연꽃은 만개한 것보다 필 듯 말 듯한 봉우리가 이쁘다고들 하는데 나는 시기를 조금 놓쳤다. 이미 꽃이 떨어진 것이 태반이고 남은 꽃도 활짝 핀 정도를 넘어서서 슬슬 지려고 하는 때에 간거지. 연꽃을 촬영하려면 7월말보다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가야할 듯 하다.

너무나 당연한 순서로 꽃 접사 사진이 있어야겠지. 꽃 하면 접사 아니겠는가? 하지만 가져간 렌즈가 24-70 밖에 없어서 이정도가 최대한 가까이 간 것이다. 혼자서 갔다면 다른 렌즈도 좀 더 싸짊어지고 갔겠지만 이날은 일행이 있는 바람에 그렇게 하진 못했다. 한 가지 한심한 것은 왜 이 사진을 f16으로 찍었을 까 하는 거다. 접사 렌즈가 아닌 이상 배경을 처리하려면 아웃포커싱을 했어야하는데 좀 아쉽다.

원래 이렇게 편집하는 거 좋아하진 않지만.. 한번 해봤다. 나름 괜찮지 않은가? 좀 더 배워볼까 하는 마음도 든다. 사실은 꽃 봉우리를 찍어온 유일한 사진이었는데 화이트 밸런스를 잘못 맞춰서 사진이 엉망이 되는 바람에 그냥 흑백으로 바꿔버렸다.

연꽃 군락지 바로 옆에 시원스런 숲이 있다. 상림이 최초에 만들어진 이유는 연꽃이나 감상하라는 뜻은 아니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강이 범람해 힘들어하는 함양 농민을 본 최치원이 치수를 위해서 만든 숲이 상림이다. 애초에 상림을 만들 때는 연꽃 같은 거 있지도 않았고 몇년 전부터 축제랍시고 함양읍에서 심어둔 것이다. 어쨌든 연꽃보다는 상림 내에서 삼림욕을 하는게 훨씬 상림을 더 잘 즐기는 거라고 본다.

연꽃 군락지와 숲 사이에 있는 산책로. 특별한 건 없다. 그냥 산책로지 뭐. 내 생각엔 산책로라기보다는 자전거를 위해 많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바보가 상림에 가서 숲이 우거진 오솔길이 아니라 포장된 산책로를 걸으며 기분 좋아하겠는가? - 그런데 막상 가보면 의외로 바보가 많다 -
좀 투덜대 보자면, 도시화하는 것도 좋고 깔끔하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경우를 가려가면서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는다. 오른편에 나무를 심고 숲을 더 키우려고 하는 것을 보면 분명 공원을 더 키워나가려는 의도인 것 같은데 왜 상림 속에 인공으로 만든 티를 풀풀 풍기는 도랑과 포장된 산책로가 있어야하나?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도시 속에 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상림이라는 좋은 자연림이 있는데 여기에 이런식으로 칼을 댄다는 거 자체가 애초에 마음에 안든다. 아마 이렇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고 실제로도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됐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칼을 대서 사람이 찾아오게 하는 것보다 아예 개발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물레방아. 방앗간과 연결되 있지는 않으니 물레라고만 해야하나?
아이들은 이런 게 신기한가 보다. 나는 전혀 신기하지 않다.
요즘 들어 함양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물레방아를 내세운 함양군이 여기저기 인공으로 만들어둔 아주 어색한 물레방아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쪽은 숲 건너편의 산책로. 뭐 마땅히 특별한 것은 없다. 그냥 색감이 좋아서 올려본다. 상쾌하다느니 편안하다느니 하는 수식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런 낯간지러운 소리 하고 싶진 않다. 저런 수식어는 어차피 다녀가는 사람 각자가 느껴야 하는 거니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해봤자 와닿지도 않을 거고 이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상림은 굉장히 크다는 거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나와서 긴 시간 동안 걷고 쉬고 냄새를 맡으며 숲을 느끼기에 상림은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길을 걷다 보면 볼 수 있는 조롱박. 시골에 살았다지만 어릴 때 이후론 본 적이 없어서 왠지 반가웠다.

함양에 올 일이 있다면 한 번쯤 들르길 추천할 만한 곳이다.
관광을 위해서 개발됐다기 보다는 공원과 같은 느낌이 강해서 즐길 거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래 함양이란 곳이 그다지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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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세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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